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投瓜得瓊:

사소한 선물에 대해 훌륭한 답례를 받음

 

 

심원은 코끝을 간질이는 냄새에 눈이 떠졌다. 기름 볶는 냄새, 자극적인 향신료, 냄새만으로 몸에 열이 오를 거 같은 매운 향이 온 집안에 퍼졌다. 핸드폰을 들고 졸린 눈을 비비며 부엌으로 가니 식탁은 한 상 가득 음식으로 채워져 있었다.

“어, 오빠가 이 시간에 일어나다니 무슨 일이야. 사실 일찍 일어난 게 아니라 잠을 아예 안 잔 거 아냐?”

“뭐래, 자고 일어난 거 맞아.”

“올~ 생일이라고 하루쯤은 바른 생활해보는 거야?”

심원은 손에 있는 핸드폰을 켜서 날짜를 확인했다.

 

‘아, 오늘이 내 생일이었구나.’

 

식탁 위의 자극적인 음식을 다시 보니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생일이지만 아침부터 이런 음식을 먹기엔 부담스럽지 않나? 식탁에 올려진 음식이 전부가 아니었는지 가정부 아주머니가 싱글벙글 웃으며 식탁에 접시를 내려놓는 걸 보고 단념하여 아주머니에게 웃어 보였다.

“첫째 둘째 오빠는 금방 준비하고 온다는데 엄빠는 좀 더 걸린다니까. 오빠도 얼른 씻고 와”

가정부 아주머니의 정성도 있고 여동생의 말대로 얼른 씻고 정신을 차려야겠다. 샤워하고 머리는 가볍게 수건으로 털고 나오니 가족이 모두 부엌에 모여있었다.

“오늘따라 일찍 일어났구나.”

“그러니까요, 안 일어나면 제가 깨우러 가려고 했는데”

“너 생일이라고 가정부 아주머니가 아침부터 고생하셨으니까 많이 먹어, 이따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말고.”

“올해 원이 몇 살 되더라?”

“그걸 아침부터 말하면 어떡해, 성인 되고부터는 나이 세는 게 제일 싫은 거 알잖아, 형.”

“원은 스물 초반이니까, 아직 괜찮아.”

“저녁에 다 같이 외식하기로 한 건 기억하지?”

아침부터 가족의 화목한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는 기운 넘치는 활동은 새벽형 오타쿠에게 조금 부담스럽지만, 생일날에는 나쁘지 않다.

 

 

* * *

 

 

사람이 들어온 인기척이 느껴져 심청추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힘들면 누워계셔도 괜찮습니다, 사존.”

 

귀에 기분 좋게 울리는 저음의 주인은 물컵이 올려진 나무 쟁반을 협탁에 내려놓고 침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건넨 물컵을 받아 마시니 울렁거리는 속이 나아지는 듯했다.

 

“빙하, 이 사존이 혹시 추태를 부렸느냐?”

“아닙니다, 돌아오셔서 침상에 바로 누우셔서 씻고 옷 갈아입는 것만 도와드렸습니다.”

 

어제 봉주 회의가 끝나자마자 술판이 벌어졌다. 계획은 즉 슨 그냥 보내면 분명 마족 놈이 채가서 당일 머리카락 한 올도 보지 못할 터이니 이대로 생일날까지 붙잡아 둔다! 자신을 위해 벌인 술자리라니 심청추도 쉬이 도망가지 못하고 봉주들이 주는 대로 술잔을 받아마셨다. 취선봉의 특제 술은 맛도 향도 나무랄 곳 없으며 목 넘김마저 좋으니 나중에 가서는 누가 주지 않아도 심청추 스스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병을 비우면 비울수록 술판은 흥이 올랐고 누군가 악기를 연주하자 드물게 류청가가 검무를 추었다.

결국, 계획대로 자정을 넘겨 술판에서 생일을 맞이했고 생일날이 되자 다시 한번 건배를 하며 술판은 식을 줄 몰랐다. 술기운에 하나둘씩 쓰러지자 심청추는 그곳을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고 비틀거리며 어검하니 어르스름한 하늘에 해가 뜨는지 조금씩 분홍색이 섞였다. 어찌어찌 죽사로 돌아와 침상에 쓰러지고 나서는 기억이 없었다. 아마 빙하 말대로 도움을 받아 씻고 옷을 갈아입어 상쾌한 상태로 잠이 들었겠지. 새벽까지 이어진 성대한 축하 덕분이었을까 오랜만에 전생, 심원이었을 적의 꿈을 꾸었다. 현대에서 가족에게 축하받는 평범한 생일날의 꿈.

시간을 알 수 없었지만 죽사 안의 그림자는 이미 옆으로 길어지고 있어 정오를 넘은 지 꽤 되었다 알 수 있었다.

 

“해장을 위해 죽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금방 데워 올 터이니 기다려주십시오.”

 

빙하가 나가고 밖에서 눈치를 보던 다른 제자들이 우수수 들어왔다.

“사존 속은 괜찮으세요? 봉주들께서 오늘은 작정하셨다고 류사저가 말씀하셨는데....”

“저 짐승 놈이 쳐들어가는 걸 막느라 고생했습니다.”

“똑바로 말해야지, 낙빙하를 잡아둔 건 녕사매였잖아.”

“크흠”

저마다 한마디씩 하느라 어수선한 상황에 심청추가 기침 소리로 존재를 알려 진정시켰다.

“그저 술병 났을까 걱정이 되어 온 것이라면 이 사존은 괜찮으니 가서 각자의 일을 하거라.”

“그럴 리가요! 생신을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사존”

““““생신 축하드립니다, 사존””””

녕영영의 밝은 목소리에 따라 다 같이 축하의 말을 건네니 죽사 안에 소리가 울렸다. 각자 선물을 챙겨왔다며 주섬주섬 꺼내는 모습에 심청추는 눈가가 촉촉해질 거 같았다. 서열에 따라 명범부터 선물을 건넸다. 명범 집안에서 보내주어 마시는 고급 차에 어울리는 다기였다. 가격으로는 따라갈 수 없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녕영영의 선물, 제자들은 각자가 준비한 최선의 선물을 심청추에게 주었다.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해도 얼굴에 기쁜 색이 드러나니 제자들도 덩달아 신이 나는 와중 찬물을 끼얹듯 낙빙하가 등장했다.

“사존 해장을 위한 죽을 데워왔습니다.”

“식사하려니 나가서 각자의 일을 보면 좋겠구나. 선물은 나중에 다 찬찬히 보겠다.”“사존, 봉주들께서 보내신 선물도 밖에 정리되어 있으니 봐주시길 바랍니다.”

“그래, 나중에 보겠다.”

한숨을 쉬며 다른 제자들을 내보내니 제자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고 죽사 밖으로 나갔다.

“사존께서 새벽까지 고생하셨으니 이 제자가 수발들겠습니다.”

해장죽을 협탁에 내려놓으며 부드러운 말씨로 말하는 목소리에는 다른 사람이라면 알 수 없는 뾰족함이 숨겨져 있었다. 아무리 지금도 낙빙하가 녕영영에게는 약하다지만 그저 녕사저가 막았다고 심청추가 생일이 되는 새벽에 붙들려 손가락만 빨고 죽사에서 기다릴 성질은 아니다.

 

“녕사저의 말만 아니었으면 새벽이 되기 전에 사존을 데리러 궁정봉에 갔습니다.”

 

낙빙하는 청추의 생각을 읽은 듯 말을 시작했다. 사존의 생신이니 네가 아닌 사존이 기쁜 날을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 생신을 축하할 다른 사람도 많고 사존이 축하를 받아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냐 같은 말을 듣고 낙빙하는 참아보기로 했다. 생일 술판이 끝나면 돌아올 사존을 기다리며 죽사의 마당을 쓸고 해장죽을 만들고 목욕을 위한 물도 준비했다. 죽사의 마지막 먼지까지 털어냈을 때 사존이 드디어 돌아와 목욕과 옷 갈아입기를 도와주고 재워 드린 후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 힘들어 보이지만 즐거워 보이는 표정에 낙빙하는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해가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다시 내려갈 때 사존이 일어났다. 사존을 위한 죽을 데워오는 사이 다른 제자들이 죽사에 들이닥쳐 밖에서 기다렸다. 사존의 생일이니 사존이 기쁜 날이 되기 위해.

 

“사존이 빙하가 아닌 이와 기뻐하는 걸 보는 건 역시 힘들었습니다.”

 

심청추 눈에는 낙빙하의 머리 위에 풀이 죽어 축 늘어진 강아지 귀가 보이는 환각을 필사적으로 무시했다. 저를 나누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낙빙하가 생일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참았다는 게 사랑스러워 팔을 뻗어 끌어안았다.

 

“이 사존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오늘 받은 선물 중 무엇보다 기쁘구나.”

 

너의 생일에는 종일 너와 있으마, 아무도 오지 않을 오두막으로 가서 조촐하게 보내도 좋겠지. 울먹울먹한 얼굴에 금방 화색이 도니 그 모습이 귀여워 심청추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올려 낙빙하의 입술에 입을 맞추니 입속으로 두툼한 혀가 들어와 숨이 부족할 때까지 입안을 희롱하며 놓아주지 않았다. 낙빙하의 단단한 팔이 허리를 감아 받치고 한참 후 떨어진 입술은 은실로 이어졌다.

 

“그런데 빙하, 설마 선물이 이게 다라고 하지는 않겠지?”

“이 제자 사존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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