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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오늘 모두를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작전회의 때문이다."

 

그 발언에, 지궁 전체에 싸늘함이 감돌았다. 물론 이 지하 깊숙한 곳에 바람이 불었다는 뜻은 딱히 아니다.

 

‘이거… 저번의 그거랑 이어지는… 연애상담?’

 

어이가 없어서. 셋의 머리에 공통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애초에 이 라인업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상청화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에… 에… 에취!”

 

세 마족 사이에서 한 인간이 코를 훌쩍였다. 그에 막북군이 냉기를 갈무리하는 걸 보며 사화령이 열 받은 얼굴로 책상을 두 쪽 내지 않는 선에서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본녀가 왜 회의 중에 네놈들 염장질이나 봐야하는 거지?"

 

그녀가 상청화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겉으로는 상청화를 향한 공격이나, 속을 까보면 누가 들어도 이건 낙빙하를 향한 저격발언이다.

 

낙빙하는 고뇌하는 척하며 그 많은 질책어린 시선과 수하들의 자잘한 다툼을 무시했다. 이게 누구 때문인데 여기서 무시를 할 수가 있냐? 뭐 이런 상사가 다 있나. 하지만 사표를 낼 수 없는 노동환경에선 어쩔 수 없었다.

 

상청화는 사화령을 무시하며 회의에 집중하는 척을 했다.

 

"낙…사질? 그래서 회의의 주제가 무엇일까?"

 

간이 커진 건지, 심청추를 믿고 있는 건지. 유교에 맞게 말을 놓는 상청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낙빙하가 말했다.

 

"9월은 가을이긴 하나, 단풍이 들기엔 이르지. 또한 여름치고는 서늘하다."

 

갑자기 수수께끼냐? 너 이런 캐릭터 아니잖아? 청정봉 출신이라고 지금 문장 읽는 거야? 상청화가 웃는 얼굴을 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연하지만 낙빙하는 다른 사람을 세 치 혀로 홀린 전적이 많은 인물이기 때문에 말주변이 좀 뛰어나긴 했다. 다행히도 낙빙하는 관심 없는 인물의 심계까진 읽지 않아 상청화는 사랑하는 자신의 님을 과부로 만들지 않고 다음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푸른 하늘이라면 우리 사존께 딱 맞는 시기이지. 바로 다가오는 스무하룻날이 사존의 생신이시다."

 

썅.

 

사화령과 상청화의 마음에 동시에 든 생각이었다. 그럼 그렇지. 저 인마혼혈 사내에겐 세상 모든 것이 쉬웠으나, 단 하나 어려워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그의 사존이자 연인, 혹은 그 이상인 것 같은 관계인… 청정봉주 수아검 “절세오이” 심청추다. 아니, 아예 살림까지 차렸으면서 생일선물을 고민하고 있냐? 그냥 아무거나 사는 게 어때? 오이형이라면 사실 다 좋아할 걸?

 

애초에 왜 우리냐? 왜 맨날 우리냐고! 우리가 제일 만만하지? 너 친구 없어서 그렇지?

 

당연하지만 그건 입 밖에 나서 명을 재촉할 생각이 없는 사화령과 상청화, 그리고 은근 이런 자리를 성가셔하는 막북군 세 명은 자신들도 모르게 뜻을 모았다.

 

'이 자식 빨리 보내자!'

 

사화령이 헛기침을 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를 처리한 뒤 마계의 떠오르는 샛별이 된 그녀에겐 북강 이곳저곳에서 매일 쏟아지는 성의가 많았다. 덕분에 꽤 괜찮은 물건을 많이 알기에 좋은 상담용 허수아비로 낙점된 것인지도 모르는 사화령이 머리를 굴렸다.

 

"최근에 소녀에게 인계물건이 진상되는 일이 많아 여럿 알고 있지요. 심 선사께오선 몸이 약하시니, 최고급 약재로 보약 을 지어 올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확실히 심청추는 -낙빙하 기준에서- 몸이 약했다. 

 

심청추가 지금의 낙빙하의 생각을 듣는다면 세계관 최강자를 감당하느라 그런 것 뿐이라고 비명을 지를 테지만 아쉽게도 낙빙하는 자신이 고생시키는 것 이상으로 그를 돌보고 있다.

 

낙빙하가 신중히 사화령의 안건을 검토하는데, 상청화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한 손을 들었다.

 

"저기, 생일인데 보약은 좀 그렇지 않아? 애초에, 낙 자질이 열두 계절 내내 심 사형 몸을 신경 쓰고 있는데 특별한 날인 생일까지 그러면… 아무리 좋은 약재여도 그런 걸로 더 감동을 주긴 힘들 것 같은데…."

 

그랬다. 낙빙하는 이미 심청추의 식사나 간식으로 몸에 좋다는 음식을 전부 조달하여 먹이고 있었다. 묘하게 비위가 약한 심청추의 입맛 탓에 낙빙하의 음식 포장 솜씨는 요즘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내단이 있었던 싱싱한 이무기를 잡아다 감칠맛 나는 보양용 닭찜이라며 먹인 것이 벌써 지난 말복 이었다.

 

그리고 보양식을 먹였을 때 결과적으로 낙빙하도 음흉한 이득을 보는 거 아니겠냐. 로맨틱하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상청화가 낸 반박에, 모태솔로 패륜아와 연애뇌 청년이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골똘히 고민하던 상청화를 힐끗 쳐다본 막북군이 음, 하고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귀한 보석들은 어떻습니까."

 

"사존께선 청정봉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렴하시어 너무 값이 나가는 물건은 부담스러워하신다."

 

"그런 것치곤… 얼마 전, 어떤 마을의 장원을 일시불로 사지 않았습니까?"

 

낙빙하가 갑자기 켕기는 게 있는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 일을 어떻게 알지?"

 

"…상청화가 청구서를 받은 것을 봤습니다."

 

그제야 상청화는 기억났다. 

 

얼마 전, 한참 바쁘게 돌아가는 안정봉에 다짜고짜 심청추가 와서는 집을 사야겠다며 전에 매각해달라고 했던 영석 값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게 언제껀데? 설마 선맹대회 때 맡긴 영석? 여기가 은행이야? 

 

갑자기 집을 빼는 임차인에게 허겁지겁 전세금을 돌려주는 집주인마냥 자금조달을 하느라 비상금을 탈탈 털린 상청화가 울며 오이를 썰던 것을, 막북군은 본 기억이 있다. (이 오이들은 대왕 얼굴 위로 올려졌다.)

 

자고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귀하고 반짝이는 것을 선물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본능이다. 귀한 광산이 많은 북강영주라면 분명히 아는 보석도, 패물도 많을 것이다.

 

낙빙하는 생각에 잠겼다. 사존께 잘 어울리는 보석이 너무 많았다. 백번 생각해봐도 쉬이 고를 수 없다, 푸른 하늘 같은 벽옥은 어떨까. 저 멀리 바다에서 나는 귀한 진주는? 차라리 한화의 비고를 전부 털어서, 귀한 보석함 12개를 바쳐드릴까?

 

급하게 생각의 액셀을 밟는 낙빙하의 눈이 번뜩이는 걸 보고 상청화는 직감했다.

 

스케일 큰 남주가 또!! 그동안 순수한 척 꽃이나 꺾어드리고 사존의 시중을 들어드리는 수준에서 소소하게 만족하던 그가 드디어 한계를 맞이한 것이다. 이게 다 백련을 좋아하는 심청추 탓이다! 애가 순진한 척 하다가 정말 백련됐네….

 

…잠깐. 백련을 좋아해? 흑련은? 상청화의 머리를 번개같이 치고 가는 것이 있었다.

 

이 순간, 수십 년간 다져온 작가의 머리, 오타쿠의 덕질생활, 그리고 안정봉주의 안목이 빛을 발했다.

 

"…아니죠! 심 사형에겐 단순히 보석을 드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죠."

 

한창 옥과 진주 사이에서 고민하던 낙빙하가 아름다운 사존께 보석을 대어드리던 상상이 끊긴 것이 불쾌한 지 가는 눈을 떴다.

 

"그럼 사숙께서는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신지?"

 

니가 웬일로 날 사숙이라고 부르냐? 상청화는 통을 넘어, 장원인 답을 내놓지 않으면 다소 뭐 될 자신의 운명을 기민 하게 알아차렸다.

 

"사형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지. 과연 심 사형이 가장 귀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상청화는 흔치 않게 낙빙하의 얼굴을 읽을 수 있었다. 내가 그걸 알면 니들을 불렀겠냐? 니가 사존에 대해 나보다 잘 알아? 가뜩이나 둘이 대화할 때마다 슬쩍 빠져주는 것도 질투 나는데 죽고 싶냐? 상청화는 낙빙하가 쪼잔하게 질투하는 눈으로 무어라 답을 하기 전, 허겁지겁 말을 이었다.

 

"누… 눈앞에 있잖아? 삼계를 다 뒤져보아도 심 사형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건 바로 낙 사질이라는 거지."

 

상청화의 주둥아리에서 진실 반 아부 반의 대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자 듣고 있던 사화령이 몰래 으! 하고 표정을 구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낙빙하는 크게 깨달은 표정을 했다.

 

저번 회의 때 상청화가 내놓은 의견으로 큰 결실이 있던 낙빙하가 그를 잡아다 놓은 것 뿐, 굳이 상담용 허수아비 취급을 할 가치는 못 느끼고 있었지만, 세상에 낙빙하가 모르는 것이 더 있다면 상청화란 인물은 단순히 아부와 처세술로 다져진 안정봉주일 뿐만 아니라, 오타쿠인 절세오이의 코드를 짐작할 수 있으며 캐릭터 해석엔 기가 막힌 프로 작가라는 것이다.

 

상청화는 여러 근거를 조합한 결론을 당당하게 제출했는데, 그 작전이란 이름하여….

 

*

 

죽겠다.

 

간만에 청정봉으로 돌아왔다고 귀신같이 봉주회의라는 이름의 창궁산파 친목 도모 회식에 불려가, 술을 진탕 먹은 심청추는 흔들리는 정신을 바로잡으려 노력 하며 죽사에 들어섰다.

 

낙빙하가 생일 선물을 고민하는 기색으로 사라진 지 벌써 이틀. 그가 없는 시간을 내리 제자들과 봉주들에게 주었으니 이쯤하면 나타나, 옥구슬 같은 눈물을 떨어트리며 질투할 것이다.

 

모처럼 온 죽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생일 선물로 일주일간 금욕을 요구할 생각으로 가득한 심청추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사실 말이 금욕이지, 산과 들…강과 바다로 놀러 가며 빙하와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맨날 여행 중간에 여관을 잡고 색사하다 기력 빨려 허망하게 끝났던 밀월여행은 안녕!

 

밖에서 캠핑도 하고, 별도 봐야지. 야외에서 특히 옷 간수를 잘해야겠어. 분위기 타지 않게 조심해야지. 내 생일 선물로 받은 시간일 테니 다소 건전하게 놀아도 빙하가 덜 기분 상했으면 좋을 텐데. 그래도 그는 잘 따라줄 것이다. 심청추는 뿌듯했다. 난 천재야.

 

혼자 뿌듯해하던 심청추의 눈에 이상한 점이 비친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심청추가 부재하든 아니든, 다른 제자들은 봉주인 심청추가 거처하는 죽사는 잘 오지 않는다. 지금쯤이면 각자의 처소에서 찌르르 우는 가을벌레의 소리를 운치있게 들으며 독서에 빠져있을 것이다. 가을소리는 인기척도 없고, 불도 없는 죽사를 간간이 채웠다. 분명히 달빛만 은은하게 비추고 있어야 할 터인데, 한밤에도 죽사가 훤했다. 뭐지? 호롱도 기름 등도 저정도의 불을 내진 못할 텐데.

 

의아한 얼굴로 심청추가 한 발 한 발 대나무 숲길을 걸었다. 무언가 빛나는 것들이 띄엄띄엄 길 위에 떨어져 있었다. 손톱만 한 크기의 그것을 주워보니, 미친. 야명주였다. 누가 이걸 길에 떨어트려 놓은 거지? 잠깐. 설마…? 

 

심청추는 고개를 들었다. 수천 개의 작은 야명주가 죽사로 가는 길에 돌길처럼 깔려, 땅 위의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구석에 있는 연못 위까지 떨어진 야명주 조각이 달빛이 만들어낸 작은 윤슬과 함께 반짝였다.

 

환상적인 이경에 홀린 심청추의 손 앞으로 무언가 붉은 것이 스쳤다. 궤도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팔랑이는 것을 잡기에 술로 몽롱한 정신이란 것은 참 발목 잡는 것이라. 그런 그에게 기회를 주는 듯이 붉은 것이 잔뜩 날아왔다.

 

그것 중 하나가 청삼에 붙고 나서야 심청추는 그것이 얇은 꽃잎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꽃? 청정봉엔 붉은 꽃을 심은 적이 없는데?’

 

느리게 굴러가는 의식을 깨우듯 한 목소리가 심청추의 가슴에 꽂혔다.

 

"사존, 이제 오십니까?"

 

빙하? 심청추는 고개를 돌렸다.

 

계획이란 자고로 이루기 전까진 장애물과 역경을 맞아야 하는 법. 여행 계획에서 늘 주의해야 할 가장 큰 역경은 역시 천재지변이다. 천재지변은 특히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오기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한다. 그것은 아무리 심청추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것을 상상해본 적도 없고, 대비한 적도 없다.

 

달 아래에 가장 으뜸으로 빛나는 자가 월하가인月下佳人이라.

 

낙빙하는 관으로 머리를 틀어 올린 탓에 휑해진 목덜미를 어색하게 쓸었다. 역시 이건 좀…. 사존 앞에 설 때마다 긴장하는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건만 오늘따라 왜 이리 입에 침이 마르는지. 낙빙하는 초조한 기색으로 제 입술을 적셨다. 다시 생각해도 눈가에 연지를 칠해주던 사저의 손만은 막았어야 했던 걸지도 몰랐다. 아니면 선주봉에 납품하는 것 중 최상품이라며 홍옥이 박힌 해녀를 들고 오던 상청화를 무시할 건 그랬나?

 

천마혈족의 문양이 드러난 순간부터 붉어진 눈동자가 남들 눈에 꽤 인상적인지, 몇 년간 들어오는 붉은 패물들이 보기 싫어 눈을 돌렸거늘. 저 스스로 이렇게 패물을 주렁주렁 달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작전수행이라는 명목으로 입은 검고 붉은 옷이 평소 입던 것보다 소매도 길고 선이 얇아 보였다. 낙빙하가 보기엔 완전 서생내지 선비 풍이었다. 아무튼 때 빼고 광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낙빙하가 결국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작전명, 미인계! 그렇다곤 해도 사존 앞에서 이렇게 과한 몸단장이라니! 낙빙하의 의식 깊숙이 자리한 뼈-청정봉 유전자가 사치로 인해 적색경보를 울렸다.

 

"빙하…?"

 

"그… 면목 없습니다. 실은… 사존께 드릴 생신선물을 고민하다가… 사존에선 절 제일 귀, 귀, 귀애하시니... 절 곱게 포장하자는 의견이…. 부, 분명히 당시엔 괜찮게 들렸는데- 제자가 이런 과한 사치를 부리고 말았습니다…."

 

수치심을 이기지 못한 낙빙하는 결국 제가 걸친 붉은 비단보다도, 제 귓가에 꽂힌 석산 한 송이 보다 얼굴이 붉어져 조용히 침몰했다. 지금이라도 죽사 지붕 위에서 꽃가루를 뿌려대고 있을 수하들을 거두고 싶었다. 하도 짐승 소리를 들어, 사존께 짐승같이 들이대는 건 익숙했지만... 미인계라니? 낙빙하는 ‘제일 귀애하는’ 이라는 칭호에 정신이 팔려 작전을 허가한 것을 후회했다. 사존이 완전 싫어하시면 어쩌지? 낙빙하의 눈가에 수치심이 담긴 눈물이 아른거렸다. 그는 부끄러워서 차마 고개도 못 들지 못하고 있었다.

 

*

 

나 오늘 생일인가? 그렇네? 어떤 천재인진 몰라도 복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절이라도 올릴까요? 우리 빙하가 제일 얼굴 천재니까 우리 빙하가 제일 복 받아. 심청추는 제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로, 과한 절경에 넋을 놓고 있었다. 뭔 갈 마시고 있었다면 분명히 입가에 흘러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억만금을 주더라도 이 눈과, 이 기억은 팔지 않으리. 멍하니 그딴 생각을 하던 심청추는 낙빙하의 눈에 옥구슬 같은 눈물이 고이는 걸 보고 나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아니 왜 우느냐? 아니, 아니 이게 다 무슨…. 너 정말….”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낙빙하의 눈가를 훔쳐주기 위해 다가간 심청추는 그의 눈가에 칠해진 연지며, 분과 그 위에 뿌려진 반짝거리는 무언가의 화장품들이 건 낙빙하 외모 버프 공격에 정통으로 당하고 말았다. 

 

세상에, 사람 살려. 심장에 너무 안 좋다. 

 

낙빙하는 흔치 않게 당황한 심청추를 보곤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어 준비한 대사를 던졌다.

 

“…어여쁜 제자를…선물로 받아주시겠습니까?”

 

*

 

…뭐야, 이게?

 

상청화는 자신의 책상에 올려진 금상자를 보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함정인가? 누가 이런 함정을 파? 와, 저거 진짜 순금인 것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상청화는 위에 올려진 종이쪽지를 슬쩍 눈으로 훑었다.

 

향천타비기 전상서,

 

귀하의 오타쿠적 책략에 참패하였습니다.

 

너 때문에 빙하가 또 미인계를 빡세게 준비하면 어쩔거냐?

 

두 번 하면 심장 약해져서 죽겠단 말이다.

 

목 사제 앞으로 심장에 좋은 약재 좀 사다주고, 

 

남은 돈은 그냥 가져라.

 

절세오이.

 

…오이형 생일이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상청화는 날을 셈해보다 그만두었다. 이 형, 끝내주게 선물을 즐겼나본데…. 뭐, 남이 지지고 볶든 말든, 그것은 그가 알 바가 아니었다. 

 

“아이고, 이게 몇 근이야? 대박이네, 대박!”

 

중요한 건, 두 배로 불어난 비상금이었다!

 

역시 서로 돕고 살아야지, 응, 응! 메데타시, 메데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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